삼시세끼 디지털화. 학습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오프라인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원격 비대면 서비스가 급부상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러닝(e-Learing)”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온라인 개학이지만 이러닝 분야에서의 한-아세안 교육협력은 국내 사이버대학과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그간 꾸준히 발전해왔다.

한국과 아세안 간 온라인 고등교육 협력은 지난 200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아세안 사이버대학(ASEAN Cyber University, ACU) 설립 추진 과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ACU 프로젝트는 양 지역 간 인적교류 활성화를 위해 수린 핏수완(Surin Pitsuwan) 당시 아세안 사무총장(2008-2012 역임)이 직접 제안한 한-아세안 교육 협력 증진 방안이었다. 그로부터 약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동안 어떤 발전과 변화가 있었을까.「코로나19와 아세안 온라인 교육 2부」에서는 한국과 아세안 간 이러닝 협력 사례와 한계, 그리고 향후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세안 역내 교육에서 이러닝의 중요성 강조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그동안 아세안 교육장관회의(ASEAN Education Ministers Meeting, ASED)를 통해 고등교육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아세안 교육 이행계획(ASEAN Work Plan on Education) 2016-2020⌟에 따르면 ▲  온라인 및 국경 간 이동을 통한 아세안 연구 진흥, ▲ 양질의 교육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온라인 교육 설계 관련 개인∙기관의 역량 확대, ▲ IT 기술을 통한 디지털 학습 관련 접근성 및 활용법에 대한 역량 강화, ▲ 21세기 기술에 대한 교사의 역량 강화를 우선순위로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세안+3(한중일) 교육 분야 행동계획(Plan of Action) 2018-2025⌟에서는 아세안대학 이러닝 지원사업이 고등교육 영역 주요사업으로 새롭게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 출범을 계기로 아세안이 제시한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Master Plan on ASEAN Connectivity, MPAC 2025)에서는 15대 핵심 이니셔티브 중 “교육 및 인력양성”과 관련하여 ▲ 인적자본과 노동 인력의 기술개발 강화, ▲ 직업교육 훈련과 고등교육에 따른 취업률 향상, ▲ 아세안 경제 발전에의 기여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즉, 아세안이 추구하는 역내 경제 발전은 고등교육과 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한 인재양성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직업기술교육(Technic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TVET)에 이러닝이 필수적인 요소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실제로 ⌜SWOT Analysis of E-Learning Course Operation in Higher Education⌟ 연구에서는 미얀마 대학의 이러닝 사례연구를 통해 이러닝이 미얀마 경제성장을 견인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12-19년 한-아세안 이러닝 협력 주요 성과

이처럼 이러닝에 대한 아세안의 점증하는 수요를 고려, 한국은 교육정보화 운영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아세안 이러닝 협력 사업을 시작하였다.

아세안 10개국 중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우선적으로 이러닝 역량 강화 및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후 이를 10개국으로 확대하여 최종적으로 아세안 사이버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ACU 프로젝트가 지난 2011년 착수되었다. 현재 ACU 사무국은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ACU 사업은 국내 협력대학1)과 CLMV 회원 대학 간 일대일 매칭을 통해 이러닝센터 운영지원 등 역량 구축과 콘텐츠 개발 지원을 위한 전문가 연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학습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학습관리시스템(LMS)2)과 교육자원공개(OER)3) 운영을 지원하여 이러닝 활성화를 모색해왔다. 이러닝 스튜디오 및 설비와 같은 하드웨어 지원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술인력 양성 등 소프트웨어 부분을 동시에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아세안 대학들이 자체 콘텐츠를 제작 및 운영할 수 있도록 해왔다.

1) 국내 협력대학은 ‘아세안대학 이러닝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선정되며, 2016-2019년에는 국내 파트너기관으로 숭실사이버대학교∙건양사이버대학교(컨소시엄), 원강디지털대학교, 부산대지털대학교∙동서대학교 (컨소시엄), 영진사이버대학∙영진전문대학(컨소시엄) 총 4개 기관이 참여했다.

2)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LMS): 온라인으로 수강생들의 성적, 진도, 출석 등을 관리해주는 시스템

3)교육자원공개(Open Education Resources/OER): 교수자 또는 학습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무료 교수/학습 자료

지난 2012-2019년간 ACU 프로젝트는 CLMV 대상으로 평균 약 65회의 일대일 현지 컨설팅 진행, 130여종의 콘텐츠 개발지원, 개발된 콘텐츠를 활용한 580여개의 교육과정 운영, 그리고 총 4만여명의 학습자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과 협력해온 대학이 아세안 내 다른 대학에게 이러닝 기술을 전수하는 멘토링이 가능할 만큼 성장하였다.

2012년 CLMV 4개국으로 시작한 ACU 네트워크는 2013년 태국, 2016년 필리핀, 말레이시아, 2017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가 순차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아세안 9개국으로 확대되었다. 2018년 11월 미얀마에서 개최된 제4차 ASEAN+3 교육장관회의 공동선언문에서는 이러닝을 포함한 직업훈련교육 분야에서의 한-아세안 협력 발전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 2012-2019년 아세안 사이버 대학 네트워크 ]

국가명

회원대학

브루나이

다루살람대학교(Universiti Brunei Darussalam)

캄보디아

캄보디아공과대학교(Institute of Technology of Cambodia)

국립우정통신대학교(National Institute of Posts Telecommunications and ICT)

인도네시아

터부카대학교(Universitas Terbuka)

라오스

라오스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Laos)

말레이시아

와와산개방대학교(Wawasan Open University)

미얀마

기술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컴퓨터대학교(University of Information Technology)

필리핀

필리핀 개방대학교(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Open University)

필리핀 폴리텍대학교(Polytechnic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태국

쓰리파툼대학교(Sripatum University)

람팡대학교(Lampang Rajabat University)

베트남

하노이공과대학교(Hanoi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 출처 : ACU 웹사이트 (아세안대학 이러닝 지원사업 ACU 자문위원회 자료) 

또한, 작년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그간 이러닝 협력을 통한 고등교육 관련 연구 협력 증진과 인적교류 확대의 성과를 평가했으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서는 역내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위해 고등교육 역량강화 및 이러닝 자원 개선을 3대 축과 7대 우선협력분야 중 하나로 선언하였다.

아세안 사이버대학 프로젝트의 도전과 한계

반면, 지속적인 한-아세안 이러닝 협력을 위해서 극복해야 할 이슈들도 있다. 2017년에 진행된 ⌜아세안 고등교육 이러닝 수준 진단 연구⌟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간 ICT 발전 격차는 여전히 높아, 후발국의 ICT 인프라 개발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은 온라인 고등교육의 학위나 학점 인정 관련 법령이 체계화 되지 않아 10개국 공동의 온라인 고등교육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다. 나아가 ACU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사이버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통 가이드라인 수립과 상호인증제도 구축 등 역내의 외교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물리적 대학 설립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비용과 아세안 국가 내 온라인 교육 관련 법제도 마련 수준 차이, 아세안 국가별 이러닝 준비도 차이 등의 문제로 한국 정부는 지난해 전통적 형태의 사이버대학 설립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 기반 대학 설립⋅운영을 아세안측에 제안했다. 한-아세안 11개국 교육부 대표 및 ACU 회원 대학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ASEAN Advisory Committee meeting for ACU project/AACA)에서 지난 1년간 아세안 사이버대학 설립 추진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올해 8월 개최될 아세안+3 교육 분야 고위급 회의에서 사이버대학 대학 설립 여부 및 형태가 최종 결정될 덧으로 보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러닝 – 한-아세안 핵심 협력 분야로 부상 가능성

올해와 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직접적인 대면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닝과 온라인 교육 협력은 양 지역의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기도 하다.

그 예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는 국내 기업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진 베트남 대학에 온라인 한국어 강의를 무상 지원중이다.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 수요를 감안 앞으로 한국어 이러닝 웹사이트를 베트남 전역에 서비스하고 한국 기업과 한국어 학습자를 연결하여 취업과도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2018년 18-30세 베트남 청년 대상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어는 경력개발 및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이 학습중인 제2외국어로, 약 94%의 응답자가 한국어 학습을 위해 이러닝에 관심 있다고 답했다.

한-아세안센터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공동으로 ⌜2019 한-아세안 학술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한-아세안 고등교육 이러닝의 가치, 영향 및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는 아세안 관련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아세안 이슈’와 온라인 강의 시리즈 등 Staying Connected with AKC 이니셔티브를 통해 센터의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할 계획이다.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 연구소장은 2030년쯤이면 오프라인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 예언했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국가들도 에라스무스 등과 같은 이러닝 체제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도 세계 최대 MOOC 플랫폼인 코세라 등을 통한 고등교육 세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수업이 점차 사라지고 온라인 수업 위주로 재편되는 미래가 예상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에 부합하는 모델이자, 아세안이 강조하는 고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수단으로써 이러닝은 향후 한-아세안 고등교육 협력의 주요 아젠다가 될 것이며, 한-아세안 동반 성장의 주요 원동력으로서 잠재력도 크다고 생각한다. 앞선 ICT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이러닝을 통한 한-아세안 고등교육 상호협력 체제 구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남방 2.0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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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식 외, 아세안 고등교육 이러닝 수준 진단 연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7)

장상현 외, 아세안 사이버대학 모델(안) 및 설립 전략 연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9)

이현정, 김애진, 한국-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교육분야 ODA 분석 및 글로벌화 전략: 직업기술교육훈련을 중심으로 (인문사회 21, 2019, vol.10, no.5, 통권 36호 pp. 971-986)

정영란 외, 한-아세안 사이버 대학 교수자들의 이러닝 수업의 성공 요인에 대한 인식 연구 (교육공학연구, 2016, vol.32, no.4, pp. 955-986)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아세안대학 이러닝 지원사업 ACU 국내 자문위원회 자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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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경제, 2020. 부산시교육청, 교육협력국 캄보디아에 이러닝 기자재 지원 (Accessed on 14 May 2020)

한국경제 TV, 비상교육, 베트남 대학 한국어 학과에 ‘온라인 강의’ 무상 지원(Accessed on 14 Ma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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