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박번순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기고문 중 발췌된 내용입니다. 박번순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동남아시아와 주변 지역을 관찰하고 연구해왔으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겸하고 있습니다. 원문은 여기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아세안 경제

 코로나19가 발생한지 거의 1년이 되어가지만 진정되지 않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잠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던 세계 경제도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시장메커니즘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중시했던 국가에게 더 큰 타격을 주었고, 개별 국가 내에서는 의료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더 많은 피해를 받았다.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도 정부의 역할이 컸던 태국이나 베트남은 확진자나 사망자가 많지 않았지만, 정부의 기능이 비교적 약했던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10월 20일 현재 35만 이상의 확진자와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아세안 경제는 두 개의 중요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하나는 아세안 주요 국가들이 지난 10여 년간 제조업의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중진국 함정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세안 지역은 주요한 제조업 생산기지가 되었지만 글로벌화로 인한 전자, 자동차산업이 과점화 되는 가운데 다국적기업에 이들 산업을 의지하였고, 경공업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중국의 생산력과 경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상은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난 미중 갈등과 통상마찰 때문에 아세안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 마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일부가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기도 하지만, 아세안을 대체시장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아세안 진출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코로나19는 아세안의 수출을 축소시키고 다국적기업의 대(對)아세안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또한, 범세계적 여행제한 조치로 인해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등이 외화획득과 고용창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관광산업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필리핀,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우수한 방역 결과를 보인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도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

 아세안 각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교역과 투자의 둔화가 기업 및 금융 부문의 부실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생산 활동은 축소되고 실업은 증가하면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2020년 9월 발표에 의하면 브루나이, 미얀마, 베트남을 제외한 아세안 7개 국가의 2020년 GDP가 2019년 대비 축소될 전망이다. ADB는 인도네시아 -1.0%, 말레이시아 -5.0%, 필리핀 -7.3%, 태국 -8.0% 등 주요국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은 비록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겠지만 성장률은 2019년 7.0%에서 1.8%로 급락할 것이다. 아세안 각국은 2020년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1년에는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은 2021년에도 2019년의 경제 규모를 회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 코로나19는 경제사회적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의 경우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비공식부문(informal sector)의 고용이 많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비공식 부문 종사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면서 양극화를 낳게 되고, 양극화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다. 이미 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개혁 요구와 같이 경제사회적 격차에 대한 해소 요구가 점증하게 되고, 이는 다시 경제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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