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김영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의 기고문 중 발췌된 내용입니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 담당 프로그래머를 역임했으며,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 행사 중 하나인 ‘2019 아세안 영화주간’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원문은 여기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근 몇 년간 아세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아세안 국가를 주제로 하는 학술행사나 연구, 다양한 분야의 인적교류, 그리고 문화예술행사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상품교역 중심에서 기술, 문화예술, 인적교류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소위 ‘신남방정책’의 일환으로 아세안 국가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겠으나, 활발한 상호교역이나 경제교류만큼 적극적인 인적교류와 문화예술교류에 이르기에는 시간과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비전이 요구되는 시작단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인적교류와 문화상품교류가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하고 배려 있는 자세들이 요구되는데, 특히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가 많은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을 소비시장이나 시장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문화교류의 대등한 파트너이자 문화예술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협력자로 상정해 협업을 도모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협력은 상호이해를 전제로 할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법.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 영화산업을 이해하고 비슷하지만 확연히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영화가 지닌 차이와 매력을 알아가는 첫걸음이 중요하다. 이 글은 아세안 영화와 영화산업의 경향을 간략하게 소개할 목적을 가졌지만, 개괄적인 총론이 아닌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아세안 영화의 일면을 들여다볼 것이다.

 

 동남아시아 영화는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2017년 아시아에서 대흥행을 기록한 태국 영화 <배드 지니어스>라는 영화가 있다. 입시시험과 ‘컨닝’이라는 자극적이면서도 익숙한 소재로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을 기록하며 태국 영화의 저력을 잘 보여준 영화지만,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다소 아쉬운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한국 관객의 높은 눈높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영화와 한국 영화가 양분하고 있는 한국의 극장은 유럽예술영화와 충성도 높은 관객을 지닌 일본 영화(애니메이션과 청춘물)들로 간신히 극장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이런 편중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갈수록 다양성을 잃어가는 극장의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관객의 변화인지, 극장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라는 논쟁은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한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의 국적이 갈수록 선택적이라는 점은 확실한데, 이는 여러 산업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한 2020년도판 <한국 영화연감>에 따르면, 2019년 국내업체와 외국 직배사 또는 배급대행사가 수입한 외국영화는 총 1,598편(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기준)인데, 2010년 381편에서, 처음으로 천 편이 넘었던 2014년(1,031편)과 비교해보면 지난 10년 사이 해외영화 수입이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기록된다. 이를 국가별로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일본이 790편으로 편수로는 가장 많고, 373편인 미국은 편수로는 2등이지만 수입금액으로는 일본보다 4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이 1위, 중국이 5위, 그리고 홍콩이 11위를 기록했는데, 홍콩에서는 2019년에만 15편의 영화가 수입되었다. 2019년에 수입된 해외영화 1,598편 중에서 주요 국가를 제외한 기타 국가로 분류된 지역의 영화들은 모두 116편으로 아세안 영화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반대로 한국 영화 수출실적을 보면, 2010년 276편에서 2019년에는 574편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수출권역별로는 아시아가 전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 주요 수출국을 보면 대만과 일본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10위권 국가를 보면, 4위에 싱가포르, 9위에 인도네시아, 10위에는 베트남이 올라 있다. 2018년에는 필리핀이 10위권이었는데, 2019년 인도네시아와 그 자리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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