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이선진 前대사의 기고문 중 발췌된 내용입니다. 이선진 대사는 33년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주 인도네시아 대사,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의 부상과 동남아의 대응』(2011), 『대사들, 아시아 전략을 말하다』(2012·이상 편저)가 있으며, 지난 11년 동안 30여 차례 동남아 지역을 찾으며 연구해왔습니다.

 

아세안의 경제 규모(GDP)가 세계 5위라는 설명을 할 때면, 이를 반박하는 인사들이 있다. 개별국가가 아닌, 아세안 10개국의 합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며, 심지어 2015년 창설된 아세안 공동체도 말만 많은 토크숍(talk shop)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점에 공감하지만 그들의 평가가 반쪽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끝으로 외교부를 퇴직하고 2009년부터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30여 차례 동남아 지역 통합의 현장을 찾았다. 이 글에서 동남아 지역이란 아세안 회원국과 아세안의 접경인 중국 윈난(Yunnan), 광시(Guangxi)지역을 포함한다. 또한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이란, “사람, 물자(교역), 돈(투자)이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도로망 및 통신망 등 기반시설 건설과 함께, 정부 간 법·제도 정비가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1. 지역통합의 사례들

동남아를 여행하며 같은 루트와 지역을 1-2년마다 반복하여 찾았고, 버스, 철도 등 육상교통편 이용을 고집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통망, 교통량(화물, 인적 왕래), 도시의 발전 및 국경 관문의 변화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 중 국제노선버스, 통신망 및 철도 분야의 발전을 소개한다. 이들 기반시설은 다른 분야의 성장과 지역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시된다.

 

(사례1) 국경통과 국제버스노선의 발달

2017년 1월, 필자는 베트남 다낭에서 출발하여 열흘 동안 베트남, 라오스, 태국, 중국 등 4개국의 9개 도시를 방문하며 총 다섯 차례 국경을 통과했다.

  • 일정: 베트남 라오바오(Lao Bao) –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 – 태국 묵다한(Mukdahan) 및 콘캔(Kon Kaen) – 라오스 비엔티안(Vientiane) – 중국 쿤밍(Kunming) 및 국경 허커우(Hekou) – 베트남 라오까이(Lao Cai) 및 하노이(Ha Noi)

 

일정 중, 비엔티안-쿤밍(항공편), 쿤밍-허커우(철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국제노선버스와 국내 시외버스를 이용하였다. 여행 출발 전, 항공권과 기차표를 미리 샀으며, 숙소는 처음 방문하는 라오스 사바나켓(Savannakhet)의 것만 예약하였다. 버스(국제, 시외)와 다른 숙소는 예약하지 않았으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차질이 있었다면, 항공표, 기차표, 숙소 예약금을 날렸을 것이다. 동남아는 그만큼 국제버스 노선이 발달되어 있다.

 

국제버스노선 발전의 배경?

첫째, 1992년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도하여 험준한 고산지대까지 도로를 건설하고 다수의 메콩 대교를 놓는 등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였다. 둘째, 인적, 물적 교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식 통계에 의하면, 아세안 상호 간 방문객 수는 2015년 기준 4,600만 명이다. 이는 2000-2015년 간 약 3배가 증가하였다. 셋째, 아세안 상호 간 단기 방문자는 무비자이며, 국경 지역 주민들은 주민증만으로 24시간 이웃 나라를 방문할 수 있다. 넷째, 국제 노선버스, 화물트럭, 개인 차량이 국경을 넘어 갈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정(CBTP)을 맺었다.

 

교통 인프라 건설의 효과

교통 인프라 건설은 전통적 국경(장벽) 이미지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라오스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15년 라오스 총인구의 약 1/3인 230만 명이 4개의 메콩 대교를 통과하여 태국으로 출국했다. 이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200달러에 불과하지만, 교통 인프라 건설과 국제노선 버스의 발전 덕분에 이웃나라 여행을 어렵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새벽 6시 미얀마-중국 관문. 미얀마 잡상인들로 매우 혼잡하다. 이들은 중국 아침 시장에서 팔 콩기름, 두부, 야채 등을 가지고 국경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교통 인프라 건설은 관광업, 운수업, 국경무역, 버스/화물트럭 노선에 따라 음식점, 숙박업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통합의 현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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