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8월 8일.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이데올로기로 세계가 양분된 냉전 시대에 유독 열전(hot war)이 휘몰아쳤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지역기구가 탄생했다. 역내 무력충돌이 빈번한 가운데 최초 5개국 간의 지역기구로 창설된 아세안은 회원국 간의 느슨하면서도 동시에 견고한 특유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지난 50여 년간 회원국을 동남아시아 10개국으로 확대하는 등,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공적인 지역기구라는 호평을 받는 한편, 아세안은 약소국의 연합이라는 현실적인 한계와 지역기구로서의 집행력 부족이라는 제도적 약점으로 인해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는 가운데, 아세안 창설 50주년을 맞은 지난 2017년 출판된 「아세안의 기적(원서명: The ASEAN Miracle: A Catalyst for Peace)」은 그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여타 비판에 가려진 아세안의 기적과도 같은 지난 50여 년간의 성과에 주목한다. 아세안 창설회원국 중 하나인 싱가포르 태생의 두 저자(Mahbubani, Sng)는, 각각 인도계와 중국계이면서도 학창시절 말레이 언어를 배우고,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생활하는 등 각자의 삶 전반에 있어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레 접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동남아시아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아세안이 이룩한 ‘평화의 생태계(Ecosystem of Peace)’의 가치를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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