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억 8백만 명(아세안 2위)의 인구대국 필리핀은 한국과 수교(1949년)한 최초의 아세안 국가이지만 경제협력 및 교류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2019년 기준 필리핀은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5위 교역대상국(수출 84억 달러, 수입 37억 달러), 7위 투자대상국(2억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의 야심찬 인프라 개발정책인 Build, Build, Build 추진으로 한/필리핀 간 경제협력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작년 11월 한-필 정상회담 계기에 FTA 상품협상 조기성과 패키지를 합의하여 올해 FTA 타결도 기대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코로나19가 필리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그리고 우리에의 시사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코로나19, 필리핀 고속 경제성장에 제동

코로나19로 타격받은 필리핀 경제전망이 갈수록 어둡다. 필리핀 정부는 5월15일 메트로 마닐라, 라구나, 세부 지역에 대한 봉쇄조치를 5월31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전문기관들은 필리핀의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런던소재 연구소인 Capital Economics는 필리핀 GDP의 45%를 점하는 주요지역(메트로 마닐라, 라구나, 세부) 봉쇄조치로 인해 경기회복이 지연돼 금년도 필리핀의 GDP성장률은 –6% 즉,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최악의 성적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Capital Economics는 구글의 지역이동 데이터로 측정한 일터 출근율이 코로나19 발생 이래 60%나 감소했고, 메트로 마닐라의 혼잡도도 크게 줄었으며, 애플 스마트폰을 사용한 길 찾기 검색량도 평소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Capital Economics는 필리핀의 2분기 GDP성장률은 –17%의 역대 최악의 성적이 예측된다고 밝혔다.

ING는 필리핀은 1분기 역성장 이후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들어갔고, 주요지역 봉쇄 조치 연장으로 소비 주도의 필리핀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년도 GDP성장률을 당초 –2.2% -> –2.9%로 하향조정했다. ING는 현재 민간소비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지출확대를 통해 경제회복을 추진해야 한다며 필리핀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정부의 사회개선 및 소득대체 프로그램 규모 확대, 봉쇄조치 해제 이후 인프라 건설 분야에 대한 공격적 지출 등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민간전문기관들의 악화된 경제전망치를 뒷받침 하듯이 필리핀 정부도 경제상황 악화를 인정하고 나섰다. 필리핀의 개발예산조정위원회(Development Budget Coordination Committee, DBCC)는 5월 12일 코로나19로 인해 금년도 필리핀 경제전망치를 당초 –0.8% ~ -1%에서 더욱 나빠진 –2% ~ -3.4%로 다시 하향조정했다. 즉, 코로나19로 인해 필리핀 GDP의 9.4%에 상당하는 2조 페소(약 400억 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ADB는 4월 3일 ASEAN Development Outlook 2020을 통해 금년도 필리핀 경제성장률을 2%로 봤고, IMF는 4월 15일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0.6%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필리핀 자국내에서도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다자개발은행도 향후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인 Fitch는 5월 12일 금년도 필리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 로 제시하며 신용등급을 ‘BBB(긍정적/positive)’에서 ‘BBB(안정적/stable)’로, 은행시스템(banking system)을 ‘BB+(안정적/stable)’에서 ‘BBB-(안정적/stable)’로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이는 필리핀 정부가 5월15일 주요지역 봉쇄조치 연장을 하기 전에 내린 것으로 이를 반영하면 금년도 경제전망치는 더욱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투자, 민간소비, 무역, 관광 크게 위축

실제로 필리핀 경제는 1월 15일 마닐라 인근 따알 화산폭발과 코로나19의 여파로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 이래 처음으로 1분기 –0.2% 역성장을 기록했다. 정부지출(7.1%)만이 늘어났을 뿐 공급망 차질 및 코로나19에 따른 불안심리 등으로 투자가 크게 감소(-18.3%)되었고, 수출입의 급격한 감소(수출 –24.9%, 수입 –26.2%), 3월15일 봉쇄조치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0.2%), 제조 및 영업 차질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관광분야도 필리핀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수는 1분기 중 140만 명으로 전년동기비 35.6%가 줄었고, 관광수입도 36% 감소한 850억 달러에 그쳤다.

아울러 필리핀 경제의 주 수입원 중의 하나인 해외취업자의 국내송금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5월 15일 금년도 해외취업자의 국내송금액 증가율 예상치를 당초 3% -> 2%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의 해외취업자들이 국내로 귀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송금액은 26억 2,000만 달러로 2.6% 증가에 그쳤는데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취업자들의 국내송금액은 2001년 60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300억 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이는 GDP의 8%에 달한다.

■ 필리핀정부, 대규모 경기부양책 제시

지난 3월 23일 필리핀 의회는 특별회기를 열어 Bayanihan to Heal As One Act를 제정하였고 상하원 및 두테르테 대통령은 3월26일 여기에 서명했다. 이법에 따라 두테르테 대통령은 3개월간(의회가 연장하지 않는 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임시 비상권한(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예산전용, 공공 및 민간 병원 통제, 환자 격리조치 등)을 갖게 되었다.

이 법에 의거 필리핀 행정부는 5월 중순 4개축(pillar)으로 구성된 1.74조 규모의 경기부양책(4 pillar Socioeconomic strategy)을 마련했다.

첫째, 취약계층 긴급지원

저소득가정 보조금 지원(1,800만 명의 저소득층에 대해 2개월간 월 5천~8천 페소 지원 등), 피해 중소기업 신용보증(1,200억 페소), 복지지원 프로그램(69,200 가구에 식품 및 생필품박스 제공, 6만 명의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제공, 실업자에 대한 온라인 기술교육프로그램 지원 등), 중소기업 직원임금 보조(340만 명의 직원에게 2개월간 한화 약 12만원~19만원에 해당하는 월 5천~8천 페소 지원)

둘째, 의료자원 확대

코로나 환자 의료보험 적용, 특별위험수당 및 의료진 보호장비 제공, 진단키트 조달 및 생산 (586억 페소)

셋째,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재정정책 시행

유동성 공급 확대(중앙은행의 3천억 페소 규모의 신용라인 증대, 정책금리 인하, 은행 지불준비금 비율 인하 등), ADB, IMF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4,369억 페소 차관 도입   

넷째, 경기회복 계획

코로나19 이후 “바운스 백 계획” 수립 및 사회/인프라 투자를 위한 전담반 설치

이를 위해 필리핀 행정부는 긴급적자예산을 편성, 1조5,600억 페소(GDP의 8.1%) 규모의 자금을 조성했다. 즉, 2020년 재정수입은 당초 예상치인 3조1,700억 페소에서 17.7% 줄어든 2조6,100억 페소에 그치고, 지출은 120억 페소 증가한 4조1,800억 페소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필리핀 경제팀은 코로나19의 보다 효과적 대응을 위해 최근 3개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첫째, 국민의 일자리 및 소득 회복 지원을 위한 Bayanihan2로 오는 6월 26일로 종료되는 Bayanihan to Heal As One Act의 후속조치이다. 이 법안은 1,300억 페소~1,600억 페소의 추가자금 조성을 통해 기업에게 세제혜택, 유동성공급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500억 페소를 조성하여 국영 토지은행, 국영개발은행에 70%, 필리핀보증공사에 30%를 배분, 자본금 추가확충을 통해 위기기업의 채권, 우선/보통주 매입, 중소기업에 유동성 공급 등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둘째, 기업회복 및 세제 인센티브법(Corporate Recovery and Tax Incentives for Enterprises Act, or CREATE)으로 기업법인세율을 현 30%에서 2020년 7월에 25%로 인하하고 2023년부터 1퍼센트 포인트씩 인하하여 2027년까지 2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신규투자자에 대한 맞춤형 세제인센티브제도도 도입한다. 이미 제출한 Corporate Income Tax and Incentives Reform Ac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필리핀 정부는 CREATE법  시행을 위해 1,730억 페소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셋째, 정부의 개발예산조정위원회(DBCC)가 승인한 4.18조 규모의 2021년 예산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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