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아세안

올해 초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의 공격은 석 달만에 전 인류를 위협하는 팬데믹 (pandemic)이 되었다. 중국에서 유럽, 유럽에서 미국을 순차적으로 강타한 코로나19는 당초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동남아에도 상륙하였다. 아세안의 10개 회원국은 각자의 방식대로 대응을 해나가고 있으며, 그 방식은 아세안 10개국의 경제적 문화적 다양성만큼 다양하다. 다음은 지난주를 기준으로 아세안 10개국의 코로나19 대응 동향을 정리한 내용이다. 

■ 아세안 10개국 코로나19 대응 동향 

코로나 발병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한 것으로 평가받는 동남아 국가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이다. 싱가포르는 우한에서 전염병 발병 사례가 최초 공개된 이후, 즉각 입국 제한 및 격리 조치와 더불어 공공장소 출입 시 체온 측정을 의무화 하는 한편, 확진자 동선 추적을 바탕으로 모든 예상 접촉자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다. 이는 밀집된 도시국가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집단감염 사태를 막을 수 있었고, 그 결과 싱가포르의 기업과 학교는 현재에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

베트남은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신속하고 공격적인 초기 대응책을 펼쳤는데, 지난 2월 우한에서 귀국한 노동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해 해당 지역을 봉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후 베트남은 수주 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방역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으나, 이후 하노이 소재 병원에서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면서 베트남 정부는 다시 한 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제선 여객기 착륙 금지 등 초강력 조치를 취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월 쿠알라룸푸르 외각의 모스크에서 1만6천여명이 모이는 종교집회가 개최된 이후 코로나 19가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4월 2일 현재 2,908명으로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보유하고 있다. 3월초 취임 하자마자 코로나 감염증 사태를 맞고 있는 무히딘 야신 총리는 긴급 이동 제한령을 시행, 생필품 구매, 병원 방문 등을 제외하고는 시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브루나이는 2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 종교집회 참석자들이 귀국 후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이면서 현재 아세안에서 인구대비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검역 조치를 시행중인 브루나이는 격리 대상자가 규정 위반시 최대 1만 브루나이 달러의 벌금형 혹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 확산 전망은 상당히 어둡다. 인구도 많고 도심내 밀집도도 높은데다 4월 하순부터는 이슬람 금식기간인‘라마단’에 이어 5월에는‘이드 알피트르(Eid Al Fitr)’축제가 예정되어 있어 수백만 명이 고향을 오가면서 전국적인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음식점·영화관·유흥업소 등을 폐쇄하고 종교 활동 중단을 명령하는 등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명절 기간중 이동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단, 조코위도도 대통령은 사회적 결속과 재정 불안정을 고려하여 전면 봉쇄가 아닌‘지역 격리’를 통한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출입국 조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이후 확진자가 증가하자 군인을 동원하여 수도 마닐라를 포함해 루손 섬 전체를 봉쇄하는 초강수 조치를 취한바 있다. 태국은 지난 3월부터 이후 주요 도시에서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4월 30일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한편, 주요 도시의 모든 백화점과 쇼핑몰, 영화관 등 엔터테인먼트 장소를 임시 폐쇄하였다. 

캄보디아는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이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독일발 입국을 전면 금지시켰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여전히 정상 운행중일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15일에는 중-캄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되었다.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진 훈 센 총리는 당시 중국에 의료용 마스크와 방호복을 전달하였으며, 이에 화답하여 중국은 최근 캄보디아 남서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에 전문 의료팀을 파견하여 코로나 19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와 라오스는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10명 안팎의 확진자만 공식 보고되고 있다. 공공의료 체계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이들 국가에서는 앞으로 확진자 급증에 대비하여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등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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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안의 공동 대응 노력,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위기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결속을 가져오고 나아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특히 아세안지역은 1997년 금융위기에서부터, 2000년대 곡물시장 위기,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등 숱한 위기를 함께 극복해 오면서 협력 경험을 쌓고 그로부터 협력 체계를 구축해왔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협정(CMIM), 아세안+3 긴급식량비축제도(APTERR) 및 아세안 재난관리 인도적 지원 조정센터(AHA) 등은 모두 위기에 함께 대응하면서 발전해온 협력 메커니즘이다. 

감염병 분야에서도 아세안은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에볼라(Ebola), 2015년 메르스(MERS), 2017년 지카(Zika) 바이러스를 차례로 겪으면서 대응력을 키워왔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각국 보건당국과 아세안 사무국을 중심으로 조정위원회와 보건분야 고위급 화상회의를 통해 각국의 상황과 조치를 공유하고 있다. 2020년 아세안 의장직을 맡은 베트남은 금년 아세안 주제로 “단결과 대응(Cohesive and Responsive)”을 발표한 바 있는데, 아세안이 이번 코로나 도전을 맞아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한다면 이는 아세안 공동체 구축에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동남아 각국이 외국인의 출입을 막고 국경을 봉쇄하면서 지난해 부산 특별정상회의에서 합의한 “평화와 번영의 한-아세안 공동체”구축에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당분간 인적교류는 물론 교역과 투자 등 경제교류가 부분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국제사회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서 특히 보건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이 증가할 전망이다.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 정상은 문재인 대통령앞 서신을 통해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 경험 공유를 요청하였다. 우리나라는 신남방 핵심국가인 인도네시아에 방역물자를 지원할 예정이다. 역내 코로나19의 효과적 대응을 위해 조만간 아세안+3 특별 화상 정상회의도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경을 초월하는 비전통 안보 위협으로서 개별 국가의 힘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필수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공동 대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한다면 사람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Southeast Asia COVID-19 Tracker, CSIS

Southeast Asian Responses to COVID-19: Diversity in the Face of Adversity, CSIS

ASEAN Health Sector Efforts in the Prevention, Detection and Response to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ASEAN Secretar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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